LA ANGELS

오타니 쇼헤이 MVP 수상에 대한 찬양가

abaabba 2021. 11. 20.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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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아메리칸 리그 MVP는 오타니 쇼헤이가 수상했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이번시즌 모든 선수가 박살났던 에인절스에서 유일하게 건강하며 잘했던 타자이자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 오타니는 본인이 원하는 만화같은 야구를 실천하면서 MVP를 수상했다.

 

이번 글은 아무래도 오글거리는 오타니 찬양글이 될수도 있을듯 싶어서,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미리 물러나시길 추천드린다^^

 

 

 

 

지난 글에서 오타니의 투타겸업의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에인절스 대부분의 타격스탯과 투수스탯은 오타니가 차지했다.

 

그나마 에인절스 타격스탯에서 오타니보다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한 인물은 더 많은 타석에 섰고, 더 많은 안타를 기록한 데이비드 플레처정도가 끝이다. 에인절스에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은 많았지만 오타니와 비빌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그나마 알렉스 콥이 fWAR상 오타니와 0.5 차이가 나는게 가장 좁힌 차이지만..(오타니 투수 fWAR 3.0, 알렉스 콥 투수 fWAR 2.5) 콥 역시 100이닝도 소화 못한 투수임을 생각해보자.

 

오타니는 에인절스의 외로운 소년가장이었다. 시즌 중반 오타니가 아니면 다른 선발매치업에서 승리를 기대할수 없을 때도 있었고, 6~7월 트라웃과 렌던이 없는 타선을 지탱하고 있었던 선수들이 결국 한계를 보이며 부진하자 오타니를 상대하지 않으며 오타니는 자신과 붙지 않으려는 투수들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했다.

 

뭐 결국엔 오타니에게는 에인절스의 투타 에이스라는, 오타니 팬 입장에선 뿌듯해도 오타니를 제외하고 170~180m의 페이롤을 쓰는 팀 입장에선 참 뭔가 싶은 타이틀이 나왔는데.. 이런 시즌 하나쯤 있어야 낭만의 에이스라는 타이틀 붙는다고 본다.

 

여러번 나오면 안되지만

 

 

오타니로서 이번 시즌은 상당히 불안했다고 한다.

 

오타니의 통역사분의 인터뷰에서 올시즌 오타니는 시즌 전부터 중압감에 싸여있었다고 한다. 이제 메이저리그 4년차가 되는 지금, 투수와 타자 모든 부분에서 확실한 활약을 보이지 않는다면 본인의 꿈이었던 투타겸업이 무산될수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3년이면 팀에서도 많이 기다려준 셈인데, 4년차에도 투수로서 애매한 모습과 그로 인해 타격에까지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면 정말 이후의 모습을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2018년 오타니 신드롬 이후 투타겸업 의사를 내비치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나 고등학교,대학리그 선수들도 똑같이 꿈을 접기 때문에 투타겸업의 길은 다시 몇십년간 보이지 않을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쓸데없는 중압감, 직전시즌 최악의 활약을 보인 선수가 이런 고민을 왜하냐 생각하겠지만 오타니는 오타니 나름대로 고민에 휩싸였을것이다.

 

 

 

 

 

실제로 오타니는 점점 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부상때문이라고 해도 그것이 정당화되는건 절대 아니니까. 2018년 이후 투수로 2년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부상의 여파때문에 2019년 타자로서 평균 이상이긴 했지만 장타력이 떨어지며 2018년만큼의 매력은 없었다.

 

문제는 2020년. 무릎부상이 악화되면서 오타니의 타격은 더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1할대의 공갈포 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투수로서는 아웃카운트를 제대로 못잡는 똥볼러의 모습을 보여줘서 사람들의 핀잔을 받았다.

 

솔직히 2021시즌 시작 전까지 오타니에 대한 회의심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필자 또한 부끄럽지만 오타니의 활약에 대해 의구심을 꽤나 품었었고, 그냥 타자에만 힘을 쏟으면 안되나는 생각을 했으니.. 정말 오타니를 좋아하는 오타니 팬들 말고는 오타니의 투타겸업이 한시즌이라도 성공하는것을 상상한 사람들은 몇 안됐을 것이다.

 

오타니 역시 2020년 1루수비연습을 하면서 투타겸업을 내려놓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을때니까.

 

 

 

 

하지만 오타니는 성공했다. 한시즌은 되겠어라는 사람들의 물음에 답변하는데 성공했다.

 

오타니는 MVP말고도 실버슬러거(포지션별로 최고의 타격을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상) 지명타자 부문에도 수상에 성공했으며, commissioner's historic achievement award도 수상했다.

 

뭐라고 번역해야 할지 난감한 이 상. 메이저리그에서 역사적으로 큰 '영향'을 준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인데, 매년 수여하는 상이 아니라 그정도의 인물이 나왔을 경우 수상하는 상이다. 오타니를 위해 이 상이 다시 나온 셈이다.

 

참고로 마지막 수상자는 7년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며,7년 전에는 양키스의 프렌차이즈 유격수 데릭 지터와 LA다저스의 부스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빈 스컬리가 수상했다. 그 외에도 (약쟁이들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본즈,클레멘스,클레멘테,리베라,칼립켄 주니어등이 수상했다. 역대 최다안타를 기록한 스즈키 이치로, 메이저리그 한시즌 역대 최다승을 기록한 시애틀 매리너스,재키 로빈슨의 아내이자 재키와 함께 인종차별 타파에 앞장선 레이첼 로빈슨등이 있는데, 오타니도 그 명단 안에 포함되었다.

 

 

 

 

 

실제로 오타니의 성공은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기 충분했다.

 

보스턴의 외야수인 알렉스 버두고는 구단에게 투타겸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스턴에서는 그리 탐탁찮은 모양이지만.. 버두고는 외야수와 불펜투수를 겸업할수 있다고 생각한듯 하다.

 

조 매든이 탬파베이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기용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점차 투수들이 짧은 이닝을 소화함에 따라 더 많은 투수들이 필요해지면서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백업선수들은 내외야 수비가 가능하도록 훈련을 받고 있다. 중견수와 유격수,2루수가 모두 가능한 선수는 몇 없어도 대부분 2,3루수와 코너외야수 수비연습은 하고 있는 셈이다.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생겨난 이유는 엔트리에서 투수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 야수의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백업을 조금 더 유용하게 쓰기 위해 생겨났고, 그것 때문에 중요성이 대두된건데, 야수가 불펜투수로서의 역할을 해준다면 이야기는 더욱더 달라진다. 엔트리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 선수가 야수로서의 역할과 투수로서의 역할이 모두 가능하고,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슈퍼 유틸리티를 넘은 존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투수로서의 훈련과 타자로서의 훈련을 받는건 내야수비와 외야수비를 동시에 훈련받는것보다 더 힘든 일이기 때문에 쉽게 나올 일이 아니었는데.. 오타니가 이렇게 활로를 뚫어준다면 과감하게 투타겸업에 뛰어드는 선수들은 더 나올것이다. 선수들로서도 만약 투타겸업이 성공한다면 타자로서의 연봉과 투수로서의 연봉을 모두 받는 훌륭한 도박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타니가 계속해서 성공한다면 메이저리그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뀔수도 있다. 1800년대까지 거슬러가야 할지도 모르는, 옛날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 투타겸업 야구가 다시 일상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 모두 뛰어난 활약을 해줘서이지 않을까.

 

비록 투수로 10승과 규정이닝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오타니는 에인절스 내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투타 모두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일단 오타니의 가장 큰 강점인 툴적 능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올시즌 오타니는 벌크업의 효과로 리그 수위급의 괴력을 보여줬으며, 20도루까지 할수 있는 뛰어난 발을 갖췄고, 투수로서도 피네스형 피처가 아니라 빠른 공으로 타자를 제압해내는 피처의 모습을 보여줬다.

 

타자로서 오타니는 비록 2018~19년보다 타율은 살짝 내려갔지만 40홈런을 훌쩍 넘기는, 아시아인 최다 홈런인 마쓰이의 기록을 훌쩍 넘기며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줬다. 비록 시즌 후반기의 부진으로 확정짓는것처럼 보이던 홈런순위는 3위로 밀려났지만 그 후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타니의 타격성적은 최상위권이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오타니보다 뛰어났다고 할만한 인물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밖에 없었다. 심지어 오타니는 그정도 타격생산성의 선수들은 갖추기 힘든 빠른 발도 갖췄다. 오타니의 주루 속도는 그냥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최상위권이며, 도루 역시 20도루를 넘기며 트라웃도 하지 못했던 40-20 클럽에 가입했다. 도루성공률은 그닥 높은편은 아니지만 70% 초반대의 성공률인데, 논란은 생길수 있어도 세이버메트리션들 사이에서도 도루성공률의 성공분기점이 70~75를 왔다갔다하는것을 감안했을때 무조건 손해이며 민폐인 수준은 절대 아니다.

 

투수로서 오타니도 좋은 편이었다. 시즌 초반 4이닝 전력투구를 하며 승리도 못쌓고 좋은 평도 못받던 오타니였는데, 시즌 막판에는 그 구속으로 100구를 던지며 제구까지 괜찮아지는 마법을 보여줬다. 오타니의 fWAR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오타니의 bWAR은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중 7위인데, 아메리칸 리그에 15팀이 있다는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단순한 스탯만 보면 오타니의 이닝은 부족해도 K/9이 10을 넘어가며 3점대 초반을 기록한 투수였으니까.

 

오타니는 뛰어난 타자이자 우수한 투수였다.

 

 

 

 

 

이제 오타니의 내년 과제는 이 성적 유지하기다.

 

솔직히 한시즌을 부상없이 지내는 괴력을 보여준 오타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은 이런 오타니의 모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수 있다. 투타겸업의 위험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오타니만이 검증할수 있는 인물이니까..

 

오타니가 이렇게 계속해서 잘한다면 2년 뒤 있을 FA에서 총액 3억불은 충분히 넘길수 있고, 연봉 역시 30m을 넘길수 있을것이다. 물론 계속해서라는 전제하에.

 

아직 미나시안 단장은 오타니의 연장계약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계약의 필요성을 느낄지는 몰라도 정확한 규모에 대해 잘 모를것이다. 결국 오타니가 앞으로 2년간 어떤 성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오타니의 평가도, 또 오타니의 미래 연봉도 정해질 것이다.

 

솔직히 아직도 불안하긴 한데, 오타니라면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테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이제 오타니를 위해 에인절스가 도와줘야 한다.

 

오타니는 후반기 상당히 힘들었다. 오타니보다 더 윗급의 선발투수라 평가받은 번디-히니-캐닝은 모두 안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로테이션에서 조기탈락했다. 타자진 역시 트라웃과 렌던의 이탈로 오타니와 월시 둘이서 힘든 싸움을 해야했다.

 

내년에 트라웃이 돌아오고, 렌던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에인절스는 분명 무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1번타자의 부재는 아쉽지만, 이후 오타니-트라웃-월시-렌던 클린업은 위압감을 주기 충분하다. '가동만 된다면'이라는 어려운 전제가 붙어서 문제지만...

 

트라웃은 이미 부상에서 회복했고, 렌던 역시 스프링캠프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둘은 정말 내년엔 건강하게 뛰어줘야 하는데.. 잘 해주겠지? 잘 해줘야하고 믿을수밖에 없다.

 

투수진 역시 건강해줬으면.. 투수와 오타니는 별 상관이 없을듯 한데, 작년의 에인절스는 투수로 올릴 인물이 없어 6인선발+5일휴식에 익숙하던 오타니가 결국 5인로테이션과 4일휴식을 소화해야만 했다. 그정도의 파국을 다시 보고싶지는 않다. 문제는 미나시안이 그래놓고 데려온 선수가 리그의 유리몸 노아 신더가드인데.. 투수 한명 더 데려오려고 그러는거라 믿고싶다.

 

신더가드-오타니-산도발-수아레즈에, 6선발이 불안하긴 해도 신더가드 앞의 1선발이 탄탄하면 작년보다는 나을듯 싶은데.. 결국 1선발을 데려와야 한다는 말. 신더가드 영입 이후 놀랍게도 투수들과의 링크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미나시안은 영입 생각이 있겠지?

 

있을거다. 있어야만 한다. 제발, 제발, 제발......

 

 

 

 

그리고 오타니의 뒤를 이은 경쟁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비록 오타니의 투타겸업이라는 상징성이 너무 커서 MVP 1위표 한장조차 못받았지만 블게주의 나이는 놀라울만큼 적다. 2020시즌 이후 놀라운 감량과 발전한 타격실력을 보여주며 워크에씩면에서도 증명해주는데 성공했다. 더 발전할수 있는 선수다. 나중에 MVP를 받을날이 이 선수에게도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