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부흥의 걸림돌은 단지 하나뿐이 아니다
책임은 자신이 진다며 성적으로 증명하겠다며 호언장담한 김경문 감독의 야구대표팀은 아무런 메달도 따지 못한채 끝이 났다.
베이징 올림픽때의 영광 재현, 위기의 KBO의 재부흥, 베이징키즈에 이은 도쿄 키즈의 탄생.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도미니카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마자 국민들은 폭발했고, 많은 야구인들은 대표팀의 문제, 그것을 뛰어넘어 KBO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 위기의 KBO를 만든건 어느 한 특정 집단이 아니다. 모두의 탓으로 돌려야 한다.
당장 야구 원로들은 '배에 기름이 꼈다'라는 워딩까지 사용하며 대표팀의 정신력을 비난했고, 네티즌들은 그 이전 엔트리의 구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둘중 잘못을 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
김경문 감독이 비난을 감수하며 엔트리에 승선시킨 차우찬과 김진욱은 무실점 피칭을 펼쳤지만 이번 대회에서 1이닝 이하를 소화하는 원포인트, 혹은 경기의 승부가 기울어졌을때 등판하는 패전조로만 등판시키며 당초 김경문 감독이 표방한 '3~4명의 투수들이 2~3이닝씩을 막는 플랜'을 본의아니게 감독의 운용때문에 막게 되었다.
김경문 감독이 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추가발탁한 오승환은 결국 마지막경기에서 5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되었고, 부상이 있었음에도 대타자원으로 끝까지 교체하지 않은 최주환은 9회말 무사 2,3루 찬스에서 대타로 나서 얕은 플라이를 기록하며 패배에 쐐기를 꽂았다.
결국 김경문 감독의 이변의 엔트리는 확실히 실패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이런 엔트리의 희생양인것은 아니다.
몇년째 KBO 최고의 포수를 넘어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양의지는 클린업으로 나서서 최악의 활약을 펼쳤고, 올시즌 최고의 토종 선발투수로 각광받은 원태인은 선발역할에서까지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전력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코칭스태프의 책임도 있지만, 최근 몇년째 지속되고 있는 수준 저하 논란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활약을 펼친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올림픽 직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때문에 많은 선수들의 징계가 이뤄지며 KBO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바닥까지 떨어진 시점이었다. 다른 올림픽때보다도 더 책임감이 강한 대회였을수도 있는데, 인성에 이어 실력 수준까지 증명해준 꼴이 되었다.
그런데, 야구 원로들이 최근 선수들의 태도에 대해 일침을 날릴수 있을까?
최근 김인식 감독과 함께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배가 기름이 꼈다, 옛날엔 모두 투지를 가졌다'라며 일침을 가한 김응용 감독은 정작 한화 이글스에서 경기의 질을 떠나 될대로 되라식의 태도, 그리고 '경기 대신 드라마를 본다'로 대표되는 감독으로서 경기에 관심이 없다는 듯한 인터뷰로 큰 논란이 된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화 이글스의 성적은 좋지 않고 올라가지 않는 성적에 절망할수 있지만 프로야구의 감독으로서 경기에 관심이 없다는 듯한 내용은 좋지 못한 논란임은 틀림없다. 김응용과 비슷하게 비난을 들은 김성근은 적어도 태도면에서 나쁜 소리를 듣지는 않았다.
이순철 역시 (프런트의 강압에 의해서였다지만) 베테랑을 토사구팽시키는 모습, 그리고 이해할수 없는 투수운용으로 당시 LG팬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퇴요구까지 받은 전적이 있다.
비록 이렇게 말하는 것이 피장파장의 오류라지만, 과연 지금의 사태를 '최근 야구의 실태'로 돌리는 이 둘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
제대로된 분석없이 오로지 자신의 감으로 계획을 짰다 처참하게 실패한 코칭스태프진, 수준논란을 이기지 못한 대표팀,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진, 그 밖에도 시즌중단,외국인 선수 연봉 한도등 야구팬들의 여론을 철저히 외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KBO까지.
현재 KBO는 총체적 난국이다. 향간에서는 거의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KBO의 국내스포츠 장악에 큰 균열이 생길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KBO가 무너진다는 것은 또 다르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과연 야구의 부진은 다른 스포츠의 흥행으로 이어질까? 그렇진 않을것이다.
해외리그까지 생각하면 야구보다 더 넓은 인지도의 축구, 하지만 국내축구가 국내야구를 이길 수 있을것인가?
냉정히 말하면 현재의 K리그는 과거보다 더 인지도가 올라간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하며, 그 평가를 뒤집을만한 국제대회도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사라진 상태다.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내긴 했지만 결국 우승에 실패했으며, 당시 감독인 슈틸리케는 결국 자격미달이라는 논란에 시달리다 월드컵을 얼마 남기지 못하고 경질되는 수모를 당하며 아시안컵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2012년 이후 9년이라는 시간동안 두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으며, 올림픽 역시 손흥민이 한번 출전했음에도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보였으나 그 스포트라이트는 발렌시아 소속 이강인에게 집중되었다. 두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우승을 거뒀으나 2018년엔 말레이시아에게 패배를 당하는 일을 겪었다.
KBO의 수준논란이 본격적으로 붉어지기 시작한 2013 WBC 이후 8년이라는 시간동안 기회를 살리지 못한 K리그가 이번 기회를 살릴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 인기는 국내농구나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은 여자배구로 이어질까?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자배구 역시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이미지가 실추되고 지난시즌 주목을 받았던 김연경 역시 다시 해외로 이적했다. 국내농구의 수준과 재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다른 스포츠종목들은 KBO의 논란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비단 스포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TV시청자는 눈에 확 띄게 줄어가고 있다. 더이상 사람들은 TV를 통해 음악중심,뮤직뱅크의 아이돌을 보지 않으며 예능프로그램을 본방사수하지 않는다.
미국 진출까지 성공한 방탄소년단을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빅뱅,원더걸스급의 대형 아이돌은 나오지 않았다. 무한도전,1박2일로 대표되는 예능프로그램은 이제 시시한 관찰예능으로 바뀌며 허구헌날 네티즌들의 재미없다,불편하다는 지적만 받고 있다.
예전에는 인기의 척도로 느껴졌던 시청률이 눈에띄게 줄고 있다. 모든 스포츠, 해외리그까지 시청률 자체는 떨어지고 있으며 이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대형프로그램이 되는게 현실이다.
그렇게 TV 앞을 떠난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었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그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최근 몇년간 흥행되었던 컨텐츠들은 대부분 넷플릭스와 연동되는 컨텐츠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채널이 만들어낸 컨텐츠였다.
단순히 재밌는 일상을 기록하거나, 인터넷 BJ들의 클립을 모아놓는 장소였던 유튜브는 이제 어마어마하게 성장했고, 옛날 영화들이나 예능 다시보기를 하기 편리했던 넷플릭스는 이제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는 본인의 컨텐츠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TV보다 휴대폰에 있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선호하는 형세는 바뀌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에하나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가 끝나더라도 그 왕좌의 자리는 다시 TV에게 주어지지 않을것이다.
뒤늦게라도,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유튜브채널을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TV프로그램을 제작해주던 외주 제작사들은 유튜브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스포츠도 비슷하다. K리그 유튜브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팬들을 끌어들이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해외 역시 각 구단채널은 이전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과거의 경기들을 생중계하며 팬들과 추억을 교감하고 있다.
어쩌면 KBO도 단순히 TV시청률에만 목매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각 구단들이 열심히 자체컨텐츠를 생각하고, 연습경기를 중계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 내용에 대한 유튜브 송출은 절대 불허하면서, 그렇다고 독자적인 영상을 만들지도 않는 KBO와 뉴미디어의 행태, 계속해서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선수단, 최신야구를 부정하며 감의 야구를 맹신하는 한국 코칭스태프의 행동은 오만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O가 다른 스포츠보다 위에 있는 위치임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허구연이 이야기한것과 마찬가지로, KBO가 스포츠를 넘어서서 영화,놀이공원과 같은 문화컨텐츠와 상대해서도 꿀리지 않는 흥행력을 자랑하고 싶다면, 모두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올림픽의 참사는 어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KBO가 정말 흥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관중 동원과 시청률이 떨어진다 해도 하나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잘못했으며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