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매든의 계속되는 은근한 투수 영입 요구
참을만큼 참았다. 요즘 이 할아버지의 투수진에 대한 인터뷰가 점점 늘고 있다.
볼티모어와의 시리즈 이후 투수파트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한 이후부터, 꾸준히 투수진에 관한 인터뷰에서 보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연장끝에 9-5로 패배한 이후 인터뷰에서, 리드 데트머스(현재 에인절스에서 1위 투수유망주)가 내년 로테이션에 들어갈지를 묻는 질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내년에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우리가 AL 서부에 계속 참가한다면 10월에도 야구를 할 수 있을거라 믿는가?
지금 상황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이기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순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발 로테이션에 누군가를 새로 집어넣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당연히 감독이 공식인터뷰에서 하는 말이기 때문에, 아무리 트래쉬토킹을 자주 한다고 알려진 조 매든 감독일지라도 투수진이 너무 나쁘다고 직접적으로 말할수는 없지만, 새로운 투수가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한건 이례적이다. 그럴 정도로 에인절스의 투수진은 좋지 못하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에인절스의 시즌 전 구상했던 6인 로테이션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투수는 부상이 제일 우려되던 오타니였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시즌 끝에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투수는 오타니와 콥이 유일하다. 그나마 오타니마저 시즌 10승 가능성이 소멸됨에 따라(시애틀전 마지막 등판을 하지 않는다고 조 매든 감독이 밝혔다.) 에인절스에 10승 투수는 2018년 제이미 바리아(10승 9패, ERA 3.41)를 끝으로 3년째 없는 상황이다. KBO도 144경기 체제 이후 왠만하면 구단에 한명쯤은 10승투수가 배출되는데, 162경기를 진행중인 팀이 맞는걸까 싶다.
2020시즌에 나름 1선발로서 준수한 활약을 했던 번디가 오타니로 바뀐것을 빼면 바뀐게 없는거 같기도 하다. 분명 선발진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활약은 전혀 바뀌지 않아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5이닝을 채우는것이 버거웠던 캐닝과 퀸타나, 4~5이닝만 간신히 채우던 번디와 기복이 상당히 심했던 히니가 있던 시즌 4~5월에 비하면 오히려 지금이 낫긴 하다. 바리아나 수아레즈는 나름대로 4~5선발로서의 역할은 충실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저 둘이 여기선 프론트라인 선발로 서야 한다는 점이지만.... 결론적으로 심각하다.
에인절스는 선발이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1선발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번에도 타자를 살것이라며 벌써 초를 치겠지만..
나름대로 기대를 걸고, 팬의 입장으로서 희망을 가지며 이야기하자면 에인절스는 그동안 투수영입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년 전 게릿콜 영입전에서 양키스가 아무도 지를수 없는 돈을 지르기 전까지 가장 영입에 필사적이었던 구단은 에인절스였다.
사바시아가 FA로 풀릴때마다 (언제나 양키스에게 밀렸지만) 사바시아 영입에 언제나 눈독을 들였으며, 4년 뒤 푸홀스를 살때 에인절스는 CJ 윌슨까지 데려왔으며, 그 다음 해 해밀턴을 영입하기 전 그레인키와의 FA 계약을 위해 많은 돈을 장전해두었다. 이것 역시 LA다저스가 거액의 돈을 준비하며 놓쳐버렸지만.. 영입에 굉장히 소극적이었지만, 작년 바우어와 많은 링크가 뜨던 팀 역시 에인절스였다. (관심이 거의 없었지만)
영입 1순위가 프론트라인 선발이었던 적은 꽤 있었다. 죄다 놓친 뒤에 그 돈을 모두 타자 최대어인 해밀턴과 렌던에 썼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후 처참한 투수진과 눈을 뜨고 볼수 없는 타자들의 먹튀행각에 가려지긴 하지만.. 에인절스는 선발진에 관심을 버리진 않았다. 큰돈을 쓴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댄 해런,그레인키,cj 윌슨까지.. 9년 전 선발들을 긁어사며 여기에 위버,산타나까지 구축한 선발진을 다시 재현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때도 PS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그때 기록하던 .549라는 승률이라도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2014년 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승률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때도 그 원동력은 위버-리차즈-슈메이커(-CJ윌슨-스캑스)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이었다. (비록 리차즈의 시즌아웃과 타선의 부진으로 비극을 겪었지만)
지금의 투수진은 투수진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형편없다. 하지만 선발로테이션에 1선발급이 한명이라도 더 추가된다면 그 질은 분명 달라질것이다.
기자들이 나름대로 예상하는 프런트의 계획이나 나의 생각도 나름 긍정적이다.
이번에 정말 고대하던 1선발을 영입한다면 숨통이 상당히 트일 것이다.
사실 이정도로도 부족하고, AAV(FA 총 금액의 년도당 금액, 사치세 계산시 쓰인다) 15m 이하의, 방어율관리나 이닝관리중 하나라도 일가견 있는 인물이 하나가 더 필요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그저 희망사항이지만, 알렉스 콥이 잔류한뒤,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상적인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타니의 존재. 올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언제든지 부상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행군을 펼치는 오타니의 입장에서 부상을 당하면 타자쪽에서는 큰 차질이 생길 수 있지만, 투수쪽은 그를 대비해 오타니를 5+1의 로테이션에서 +1로 보고 있다. 오타니가 있다면 팀은 6인 로테이션을 돌것이고, 오타니가 투수를 뛰지 못한다면 팀은 5선발 로테이션을 돌것이다. 조 매든의 컵스를 생각해보면 매든이 5인선발을 짜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남은 3~5선발... 갑툭튀가 나온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쳐도, 3선발은 무리여도 4~5선발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투수들은 있다.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수아레즈와 계속 안타를 맞는거 같으면서도 4점대에서 방어율을 처절히 관리하고 있는 바리아, 그리고 정말 3선발로서의 모습을 보여줄수도 있는 모습을 보여준 패트릭 산도발(사실 허리 부상을 당해 다음시즌 활약이 불투명하다)이 그 후보군들중 한명일 것이다.
내년 로테이션 후보군에 있을, 유망주 1위 디트머스도 있고. 올시즌 히니와의 트레이드에서 대가로 넘어와 엄청난 투구수관리를 보이며 이닝을 빠르게 정리하는 정크도 있다. 올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시즌을 조기종료했지만 아직까지 팀에서 기대를 걸고 있을 그리핀 캐닝도 있을 것이고.. 선발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선발수업을 꾸준히 받고 있는 크리스 로드리게스(C로드)도 있다.
수아레즈,바리아,산도발,디트머스,정크,캐닝,C로드까지.. 정말 무책임한 말처럼 느껴지겠지만, 나머지 세자리는 저 선수들로 채울 수 있을것이다. 생각해보면 선수를 사서 채우는것이 아니라 정말 팀에 있는 자원으로 채우는게 맞긴 한데.. 참 이상하다.
하지만 결국 최종책임자는 모레노의 몫. 슈퍼스타,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이나 값싼 단년계약만을 선호하는 이분의 행적을 생각해보면 레이나 가우스먼같이 올시즌 떠오른 슈퍼스타를 데려오기엔 무리가 있다.
미나시안 단장은 '본인의 이상적인 야구관'이 아닌 '에인절스가 추구할수 있는 이상적인 야구'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영리한 인물이다. 토론토와 애틀란타 시절을 거치며 생긴 자신감으로 나아갈만 한데, 2020-21 오프시즌에 다년계약 대신 내년에 끝나 에인절스의 발목을 더이상 잡지 않을 푸홀스의 계약을 생각해 모든 구멍을 단년계약으로 채웠다. 드래프트 역시 수년 내에 성적을 내야 하는 에인절스의 특성을 반영해 대부분의 선수들을 쉽게 콜업이 가능한 대졸 투수로 뽑는 기적을 보여줬다. 현실을 벌써부터 깨달은 것으로 보아 머리가 상당히 좋다.
하지만 이제는 다년계약에 대한 승부수를 보여야 할 시점. 그 상황에서 영입 목록에 제한을 거는 모레노 구단주라는 존재는 미나시안을 힘들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수 있다. 페리 미나시안 단장에게는 나름대로 발언권이 강한 마이크 트라웃과 조 매든이라는 조력자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마이크 트라웃이 벌써부터 한 인물에게 에인절스행을 권유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한다. 그 선수의 이름은 올시즌이 끝나고 FA로 풀리는 거물투수 맥스 슈어저. 이정도의 이름값이면 모레노 구단주도 눈을 번쩍일 수 있을 것이다. 트라웃 역시 매년 팀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초장기계약이후 영향력이 상당해졌기 때문에 트라웃의 이러한 행동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매든 역시 몇년 전 마이크 소시아만큼은 아니겠지만, 소시아의 전성기때 함께 동행한 '소시아 사단'의 멤버라는 점. 그리고 탬파베이와 컵스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감독들 중 최고 대우를 받으며 에인절스에 남아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발언권이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매든이 투수가 부족하다 인터뷰를 했으니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에인절스쪽 기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신나게 FA 투수 영입에 대한 예상을 쓰며 기대감에 부푼 상황. 슈어저나 그레인키 중 한명을 산다느니, 젊은 가우스먼이나 레이,스트로먼을 노린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며 제대로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에인절스가 마지막으로 맘먹고 투수를 질렀던 CJ윌슨이 공교롭게도 10년 전에 일어난 계약인데.. 에인절스는 10년만에 팬들을 즐겁게 해줄 투수 계약을 해줄지?
희망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