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의 진화, 야구의 시선은 과학을 향해있다.
현재 지구상 모든 구기스포츠들중 가장 수학적인 스포츠가 무엇이냐 하면 야구라고 당당히 답할수 있다.
약 30년도 더 전부터 선수의 플레이가 얼마나 실속있는지를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20년 전부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통계를 이리저리 돌려보는 단장이 생겼다.
이제 몇몇 구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게 해주는 세이버 메트리션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고, 육감적인 선수출신 운영진보다 합리적인 아이비리그출신 운영진이 더 우대받는 시대다.
그렇게 통계적인 스포츠가 된 야구가, 또다른 변신을 준비한다.
최근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투수들의 디셉션까지 수치화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제대로 실행조차 되지 않았고, 정립되어도 예상 무브먼트와 실제 무브먼트를 비교하는, 예상값을 만들어야하는 문제점까지 남아있지만..
단순히 타자들이 육안으로 느낄 부분인 디셉션, 투수들의 투구동작에서 나오는 예측불가성마저도 기록된다는것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제 야구의 시선은 수학에서 과학으로 넘어왔다.
이제 '이 선수가 실제로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를 평가하는 수학적 능력뿐만 아니라,
'이 선수가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할까?'로 고민하는 과학적 능력까지 요구하는 스포츠가 되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사설코칭아카데미인 드라이브라인에서는 실제로 투수들의 움직임을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분석하여 최대의 구속을 낼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부분의 구단은 블라스트모션이 달린 배트로 타자들의 배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측정하며 타자에게 제일 부드러운 스윙을 찾아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이버메트리션들에게는 통계스탯마저도 진부한 과거가 되버렸다.
여전히 선수평가에 중요한 스탯들이 많았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빌제임스가 고안한 스탯은 30년도 더 전에 나온것이며, 빌리빈의 출루율을 중시하는 머니볼 역시 25년이 다되간다.
당연히 오클랜드의 성공을 본 모든 구단들이 출루율을 중시하기 시작했고, 이제 통계나 세이버스탯을 안다는것만으로는 30개구단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힘들다.
이미 6년전부터 타구의 속도와 각도, 주자의 스피드, 투구의 궤적까지 모조리 측정할수있는 스탯캐스트가 메이저리그에 도입되었다는거부터 과학의시대가 시작하고있음을 알려준게 아니었을까.
통계스탯의 발전과 과학의 발전에 팬들이 복잡해하고 어려워함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경기에 이기니까
2020년시즌이 그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30개 팀들중 16개팀이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윈나우를 천명한 필리스,에인절스,메츠는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고,
페이롤 최하위권에 위치해있는 템파베이,마이애미,오클랜드,클리블랜드가 올라갔다.
이번 월드시리즈엔 페이롤 최상위권에 위치해있는 LA다저스가 올라갔지만 알고보면 다저스도 프리드먼을중심으로한 철저한 스탯분석과 탄탄히 다져진 유망주육성법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세이버구단이다.
심지어 아메리칸리그의 우승팀은 페이롤 최하위권이라고 말했고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거지구단이지만,
리그에서 가장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한다는 구단인 템파베이..
팬들은 낭만이 없다고 외치지만 결국 경기에 이겨야 낭만이있고 없고를 따질수 있다. PS도 못나가면서 낭만을 외치는건 문제가 크다고 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통계학은 점차 스포츠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이미 갖가지 스탯들이 수치화되어 나오고, 그 스탯들을 조합해서 나온 가치평가법이 나와 MLB에 버금가는 '스탯 찌질이' 논쟁이 붉어지는 농구는 당연하다 치고,
이제는 축구에까지 통계의 힘을 넓혀가고 있다.
비록 몇년전 분석으로 일을 내려한 아스날은 무스타피로 대표되는 역대급 이적시장을 보내고 처참한 실패를 거뒀지만..
벌어지는 4대리그와 그 외 리그들의 격차, 그러나 그 외 리그들에서 좋은 유망주들을 사와야하는 스카우트진들 입장에선 단순히 직감이나 단순한 득점스탯,수비스탯만으로는 선수를 평가하기 어렵다.
당장 리그앙에서 펼쳤던 드리블이나 야수같은 골감각을 EPL에서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으며, 네덜란드 리그에선 무지막지한 피지컬로 공격수들을 찍어누른 수비수들이 분데스리가나 라리가에서 맥을 못추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거기다가 축구시장에 커진 규모보다 더 커진 이적료의 규모는 구단들이 섣불리 돈을 지르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는 선수 영입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 즉 꽝인 유망주는 되도록이면 고르지 말자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려면 결국 객관적인 스탯이 필요하고, 그렇게 된다면 축구도 통계가 지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EPL의 명문구단 리버풀의 구단주 존헨리는 꾸준히 MLB에서 손꼽히는 분석가이자 단장이던 빌리빈을 데려오고자 했고, 결국 2020시즌이 끝나고 빌리빈은 오클랜드 단장직에서 사임했다. 아직 확정은 안났지만 존헨리가 운영하는 회사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진 상태. 어쩌면 EPL에 도입되는 분석축구를 볼날이 머지 않은것으로 보인다.
세이버메트릭스가 지배하는 MLB는 논란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승리를 위한 구단들의 전문적인 전략, 더 좋은 선수로 만들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고
결국 의미없는 숫자놀음이 될수도 있고, 재미없는 스포츠로 전락할수도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아직 세이버메트릭스가 MLB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LA다저스가 기어코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쥔데에 있어선 대형계약을 맺고 데려온 무키베츠가 큰 활약을 해줬으며, 말했다시피 다저스는 당시 메이저리그 팀연봉 2위를 차지하는등 아낌없이 돈을 퍼부은 구단이다.
비록 템파베이도 열심히 했긴 했지만, 정작 승부가 갈렸던 것은 세이버메트리션들이 자주 주장한, '선발투수는 타순이 두세바퀴가 돈 이후 스터프가 급격히 약해진다'라는 점.
템파베이는 인생투를 보여주고 있던 블레이크 스넬을 타순이 몇바퀴 돌았단 이유로 강판을 시켰고, 그 이후 벌어진것은 불펜진들의 재앙같은 피칭, 아니 쓰로잉과 다저스의 우승이었다.
아직 세이버메트릭스는 완벽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메트릭스는 과거를 평가하는것이 기본업무지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해주지는 못한다. 지금껏 수많은 FA들이 계약했고 그때마다 많은 사이트들이 그 FA 선수들의 예상 WAR스탯을 내놓았으나 제대로 맞은적은 손에 꼽힌다.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는 급격히 발전하는 과학에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대부분 구단의 프런트진들이 수학자와 과학자가 되어간다는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결국 올드스쿨은 성적으로 증명해줘야 한다.
현시점 메이저리그 올드스쿨팀의 대명사로 꼽히는 팀은 필리스와 에인절스 두팀인데,
애석하게도 이 두팀은 각각 9년째,6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상 5할을 겨우넘기는 성적으로 픽순위와 성적 모두를 잃었는데, 정작 5할언저리만 해도 가을야구를 할수있던 2020시즌엔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성적을 포기하는 장면이 백미라고 생각한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성을 가진 선수중 한명인 하퍼와 최고의 선수중 한명인 트라웃을 가진 팀으로서 이 둘의 계약이 끝날때까지는 달려야한다.
끝날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은 좀 달려야한다. 좀 빨리 달려야 할 필요가 크다.
페이롤 4위인 팀과 6위인 팀이 올드스쿨을 추구하다 PS진출에 일찌감치 멀어지는 광경을 보면 팬들이 낭만이라고 납득하겠는가?
팬들을 위해 선발투수들이 완투를 밥먹듯이 하다 어깨가 나가 선수생명이 날라갔다면 팬들은 용인해주겠는가?
타자들의 힘은 몇십년전에 비해 월등하게 세지고, 그 힘을 제압하기 위해 투수들의 구속 역시 상승하고, 그 구속에 맞추어 투수들의 어깨는 완투가 흔했던 시절보다 더 강하게 쥐어짜이는데 완투야구가 용인될수 있는가?
결국 올드스쿨은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통계학적인 추세가 야구를 넘어 전스포츠를 뒤덮을 것이지만,
나는 올드스쿨을 원한다. 올드스쿨을 추구하는 에인절스의 팬이기 때문에.
세이버가 더 좋은거같아도 어쩌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팀이 그걸 추구하겠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정말 올드스쿨이 일을 내기를 바란다.
아니면 좀 빨리 생각 고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