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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바라며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말자
MLB

200승과 2000K, 무엇이 더 어려울까?

by abaabba 2021.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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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반에게는 둘다 쉬운 이야기긴 했다.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고, 메이저리그 조금만 봤다 싶어도 대충 답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대강 알것 같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잠시 나온 질문을 가지고 한번 글을 써보려 한다. 글 쓸것도 없고..

 

애초에 300승은 과거에도 어려운 기록이었지만, 200승은 요즘도 15년 이상을 뛸 수 있는 명예의전당급 투수라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2000K 역시 그렇고..

 

 

 

 

2010년대 최고의 투수를 두고 다투는 인물들중 하나인 커쇼와 슈어저, 하지만 이들에게는 200승이 없다.

단순히 말하자면, 그동안의 역사로 두고 봤을때는 200승이 더 쉽다.

 

그동안 MLB 역사에서 200승은 119명이 나왔고, 2000K는 85명이 나왔다. 200승을 달성한 인물이 34명 더 많았다는 거는 유의미한 통계로 볼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현대 야구로 볼때는 전혀 아니다.

 

 

 

 

2001~2021년 사이의 기록이다. 21세기 기록으로 볼수 있고, (2020년이 단축시즌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최근 약 20년간의 기록이라고 볼수 있다.

 

한눈에 봐도 보이는가? 200승은 5명뿐이다. 그러나 2000K는 무려 17명이 달성했다. 비율적으로 생각을 해봤을때 더 차이나는 기록이다. 뭐 콜론이나 허드슨처럼 한시즌 기록 때문에 통산 200승임에도 불구하고 저 명단에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있지만.. 그런식으로 따지면 탈삼진 기록도 마찬가지다.

 

150승까지 범위를 넓히면 25위까지 확 넓어지긴 하는데 이렇게 따지면 통계의 의미가 없으니까.. 적어도 최근 20년간에 더 어려운것은 200승이었다.

 

 

 

 

1980~2000으로 통계를 내보면 달라지지 않은것 같으면서도 달라졌다. (이쪽도 파업사태등으로 온전한 20년이 아니니 1년을 더 추가..)

 

가장 눈에 띄는것은 승수. 이때도 200승을 달성한 인물은 5명뿐이다.(클레멘스,매덕스,모리스,글래빈,허샤이저) 그러나 150승을 달성한 인물은 30명이다. 사실 이전에서도 25명이 달성한 기록이기 때문에 큰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2000K를 달성한 인물은 12명으로 줄어들었다. 어떻게 보면 승수는 늘었는데 탈삼진은 줄어들었다.

 

뭐 여기만 보면 단순히 10명 이하의 숫자만 왔다갔다한것이기 때문에 의미는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1960~1979로 범위를 맞추면 순식간에 200승 투수가 14명으로 불어난다. 그러나 2000K는 고작 16명이다. 최근 20년과 다시한번 비교해보자. 이때와 달리 지금은 200승 투수가 1/3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0K 명단은 늘으면 늘었지 비슷하다.

 

 

 

 

이 성향은 과거로 갈수록 점점 치닫다 데드볼시대때는 절정으로 치닫는다.(1900~1919) 200승 투수는 9명이지만 2000K 투수는 4명이다. 최근 20년간과 비교해보면(200승 5명과 2000K 17명) 완전히 상황이 뒤바뀌어도 많이 뒤바뀌었다.

 

그냥 단순하게 말하자면, 올타임으로 봤을때 200승이 2000K가 더 많은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대신 탈삼진을 포기한 과거시대의 인물덕이라고 볼수있다.

 

조사한건 아니고 본거지만 2000K중 56명이 1969년 이후 나온 기록이고, 200승은 43명이 1969년 이후에 나온 기록이라고도 한다.

 

 

 

1988년부터 최초로 1이닝 전문 마무리를 맡게 된 데니스 에커슬리, 이양반과 라루사의 합작 이후 우리가 알던 야구를 보게 됨으로서 승리가 크게 줄어든것 아닌가 싶다.

 

실제로 80~90년대의 기록은 현대 20년과 큰 차이가 없으니까..탈삼진 역시 야구의 변화가 만들어낸 차이지 싶다. 이제 사람들은 3~4점대를 기록하며 200이닝을 소화하는것보다 2점대를 기록하며 180이닝을 소화하는것을 원한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구단 실무진들이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2010년대 최고의 투수중 한명인 클레이튼 커쇼와 맥스 슈어저는 나름대로 승리를 얻을수 있는 팀(다저스,전성기 시절 디트로이트,윈나우하던 워싱턴..)에 소속되있으면서도 아직까지 200승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PS구경도 못해본 펠릭스의 경우라면 모를까, 이 둘에게 불운이란 말을 붙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들은 2000K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미 슈어저는 200승보다 3000K를 더 빠르게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커쇼는 200승까지 15승, 3000K까지 225K가 남았는데, 커쇼의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생각하면 커쇼도 먼저 3000K를 달성하지 말란법은 없는 모양이다.

 

그나마 슈어저와 커쇼는 2000년대 후반부터 데뷔해 이닝이터란 말이 통용되던 2010년대 초반부터 전성기를 맞은 투수니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더 심할것이다. 올해 사이영상을 받은 코빈 번스는 234K를 잡아냈다. 2010년 이전 왠만한 시즌에서 탈삼진 경쟁을 다툴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그런 번스는 (코로나 이슈가 있었다 해도) 고작 167이닝을 소화했고, 11승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탬파베이가 수확해낸 가장 탬파베이스러운 투수중 한명이라고 생각된 블레이크 스넬 역시 사이영상 시즌엔 21승을 기록했지만 정작 이 해를 제외하면 10승을 기록한 시즌조차 없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스넬의 K/9은 9를 훌쩍 뛰어넘는다. 1이닝당 삼진 하나이상은 잡아낸다는 의미다.

 

좋은 투수의 기준이 바뀌고, 자연스레 투수들의 성질 자체가 변화한듯 싶다.

 

 

 

 

투수운용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마무리가 나타나기 이전까지의 방식은 또 다르고, 마무리가 나타난 이후에도 벌떼야구라는 신종방식이 나오고, 요즘은 또 벌떼야구와 선발야구를 혼합한 새로운 방식을 여러 구단에서 시험하고 있다.

 

우리도 때론 낭만을 부르짖으며 이닝이터의 필요성을 간절히 원하고, 고작 170~180이닝만 소화한 투수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 당장 번스의 수상만 해도 고전적인 의미에서 완벽한 사이영시즌을 보낸 휠러 대신 번스가 말이 되냐는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하지만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닝이터보다 적은 이닝을 최대한 빠르게 틀어막는 투수를 선호하는것이 밝혀졌다. 투수의 기록보다 팀의 승리를 위해 일하고 운영하는 방식은 점점 더 스며들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알게모르게 그 문화에 깊이 스며든것은 아닐까? 아까 내본통계에 2000~2021년동안 200승을 기록한 투수들중 2000K를 달성하지 못한 투수는 단 한명, 마크 벌리다. 마크 벌리는 14년 연속 200이닝-10승을 기록하며 이닝이터로서의 역할(기록이 끊긴 2015년도 198.2이닝..)을 충실히 해냈고, 결국 21세기 투수들에게 볼수 없는 200승을 해내는 업적을 써내렸다.

 

하지만 그의 HOF 입성엔 가시밭길이 있을것이고, 낭만을 원하는 이들 역시 벌리의 명전 가능성에 대해 큰 의견을 보이지 않고 있는게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