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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바라며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말자
LA ANGELS

데이비드 플레처, 현대야구의 흐름을 거부하는 남자

by abaabba 202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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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메이저리그는 어퍼스윙 혁명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모두들 공을 퍼올리며, 효과를 보고, 그 혁명에 편승하고 있다.

 

 

 

 

머니볼과 세이버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은 선구안, 출루율의 중요성과 함께 메이저리그는 타율이 아닌 OPS를 향해갔다.

 

눈야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조이보토를 포함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질좋은 어퍼스윙에 신경을 쓰고 있고, 공갈포로 오해받은 OPS형 타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세상은, 볼넷과 홈런에 주목하고 있다. 라고 표현하기에 부끄러울정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현대야구의 흐름을 거역하는, 이치로의 의지를 이어받은 한 남자가 있다.

 

그 이름은 데이비드 플레처, LA에인절스의 2루수다.

 

플레처는 오늘 24경기 연속 안타와 4안타라는 기록을 작성하며 시애틀전 설욕의 선봉장이 됐다.

 

 

 

우선 데이비드 플레처의 베이스볼서번트를 보자.

 

삼진을 안당하는 능력을 제외하고 모든 능력이 좋지 못하다. 수비능력도 그간 좋았는데 올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파워도 없는데 볼넷을 못고르고 주루속도도 평균이상이지만 리그 수위권을 다툴만큼 빠르진 못하다.

 

그런 플레처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플레처의 타구들로 기대할수 있는 기대타율은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삼진을 받아들이며 OPS에 주목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삼진을 두려워하는 어거지타법으로 플레처는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올시즌 전형적인 플레처의 안타.

 

스트라이크존에서 완전히 빠지는 높은공에 스윙하고, 그 공을 김가히게 컨택하며 밀어쳐 안타를 만들었다. 땅볼타구였지만 스피드는 빨랐기에 수비진들이 대처할수 없었다.

 

그렇다고 수비진들은 플레처 시프트를 만들수 없다. 위에 있는 플레처의 안타 분포도를 보면 다양한곳에 떨어져있다. 플레처의 타격은 '친다'가 아닌 '맞춘다'에 초점을 둔 타격법이기 때문에 그에게 타구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한가운데 오는 80마일짜리 공이라면 이런 스윙이라도 충분히 홈런을 만들수 있다는 가르침을 설파중인 플레처.

 

그냥 야구레슨을 받을때 강사들이 말하는, 이것만 지켜달라는 것만 지키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는, 사회인 3부에서 흔히 볼만한 스윙이지만 홈런을 만들어내는 플레처다.

 

이것이 그의 생존방식이다.

 

 

올해의 안타에 선정될만한 기막힌 내야안타. 아무도 건드릴수가 없었다. 기습번트를 자주 시도하는 타자도 아니고 2사만루인지라 수비진들은 모두 정상시프트를 시도했는데, 이런 애매한 타구에 반응조차 할수 없던 보스턴의 수비진들이다.

 

보통은 이런 타구가 절묘한 행운이 깃든 안타라고 말하고, 플레처의 안타들은 대부분 행운으로 빚어낸 안타지만, 플레처의 이런 안타는 유독 많다.

 

 

 

이런 기괴한 기록은 성적에 잘 나와있다.

 

.309의 준수한 타율을 가진 플레처의 ops는 .718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공을 맞추고 전력질주에만 의존하는, 슬랩 히터 유형의 선수중 가장 극단적인 유형인 강한울과 비교하면 이마저도 높아보이는 ops지만.. 2할 초중반의 타율로도 0.9에 육박하는 ops를 만들어내는 다른 메이저리그 타자에 비하면 확실히 낮다.

 

하지만 이것이 플레처가 선택한 방식이고 플레처의 생존방식이다. 175cm라는 작은 키에 다른 선수들만큼의 선구안도 가지지 못했던 플레처는 타율만을 선택하는 방식을 택했고, 주전 2루수를 차지하는 결과를 얻었다.

 

 

 

 

플레처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출신의, 로컬보이이자 에인절스 팬이었던 성덕 플레처는 그 자체만으로 에인절스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시즌 전 연장계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할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허슬플레이를 보이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런 전력질주가 하늘에 닿았을까? 5월까지 2할 6푼을 넘기지 못하고 ops는 0.6을 넘기지 못하며 데뷔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플레처는 최근 일주일간 5할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신의 경지에 범접했다.

 

또한 최근 30경기에서도 4할에 육박하는, 안타에 도가 튼 타자가 되어가는중.

 

ops가 리그를 지배하고 타율만 높은 타자들은 출루율과 장타율까지 감안하는 타격스탯들에게 처참하게 심판받는 현시대,

 

데이비드 플레처는 그 시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뭐 3할타잔데 ops 0.75를 넘기지 못하는건 심하다고 본다. 적어도 시즌 끝엔 ops 0.75는 넘겼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