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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바라며 언제나 희망을 잃지 말자
LA ANGELS

에플러의 무너진 야심, 미나시안 단장은 다를까

by abaabba 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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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결코 이상과 같을수 없다. 그렇지만 정말 이상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빌리 에플러는 뉴욕 양키스의 부사장직을 떠나 에인절스의 단장직으로 갈 때 큰 꿈에 부풀어있었을 것이다. 캐시먼의 밑에서 나와 자신이 주도하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었다.

 

에플러가 처음 팀에 부임했을때 강조했던것은 무엇이었을까? 에플러는 취임 인터뷰에서 스탯캐스트를 강조했다. 지금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2010년대 중반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했던 스탯캐스트를 바탕으로 최신 야구에 맞는 야구단 운영을 하겠다는 포부였다.

 

이른바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승리하겠다는 이야기. 지금은 누구나 머니볼의 성공신화를 알고 있기에 저평가된 선수를 찾아내 쏠쏠하게 뽑아내기는 어렵지만 불필요한 선수들을 제외하겠다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에인절스의 선수단은 요즘 시대에 어울렸다고 말하기엔 미묘하다.

 

에플러가 본격적으로 단장직을 맡은지 5년차였던 2020년, LA에인절스 투수진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메이저리그 30구단중 27위였다.

 

최근 투수코칭의 놀라운 발전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구속은 놀라울만큼 높아졌고, 평균 150km를 던지지 못한다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는데, 그 흐름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2016년 평균 92마일로 꼴찌를 차지했단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일지도 모르겠지만.. 성에는 차지 않는다.

 

그 사이의 2017~19년의 성적은 27위보다 높았기에 유리한 이야기만을 하는거다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에플러 재임시기 에인절스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7위가 최고였다.(2019년) 엄밀히 따지면 평균만도 못한것이다.

 

선수 면면만 봐도 그렇다. 디포토 시절 영입되었지만 에플러에게 큰 기대를 받았고, 그동안 꾸준히 기회를 받아온 앤드류 히니의 회전수와 구위는 좋았지만 좌완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구속과 멘탈적 문제로 결국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떠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스캑스 역시 구속은 낮았으며, 그당시 유망주였던 수아레즈와 바리아는 애초에 구속을 기대할 유형이 아니었다. 그나마 빠른 구속으로 기대하게 만들었던 한셀로블레스와 타이버트리는 현재 팀을 떠난 상태다.

 

에플러가 주목한 K/9? 에인절스는 단 한번도 K/9을 30개 구단 중 10위 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은 적이 없었다. 그렇게 투수의 공을 주목한 에플러지만 빠른 투수들을 성장시키거나 발굴한적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타자쪽의 '볼넷'은 어떨까?

 

2019년 LA에인절스의 BB/K는 전체 2위에 BB% 7위로 나름 괜찮다고 볼수 있지만.. 이는 19%의 무시무시한 BB%를 기록하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빌리 에플러시절부터 중용받기 시작했거나 한시즌이라도 괜찮은 활약을 보여줬던 데이비드 플레처,라스텔라,루이스 렝기포,굿윈,오타니 쇼헤이는 절대로 선구안이 좋은 타자가 아니었다. 물론 그걸 만회할 만큼 장타력이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에인절스의 땅볼/뜬공 비율은 딱 중간정도의 위치였고, 그 결과 에인절스의 타격생산력인 wRC+는 100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2021년 에인절스의 BB%는 7.7%였고, 뜬공/땅볼 비율도 30개구단중 20위로 더 떨어졌다. 에플러는 이미 없기에 잘못이 없는것처럼 보이겠지만, 올시즌 마이크 트라웃과 앤서니 렌던이 사라지고, 그나마 볼넷을 고를줄 알았던 칼훈까지 빠진 지금, 에플러의 유산으로 야구를 해야할 시기 볼넷에 능통한 타자들이 없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결국 빌리 에플러가 이룬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에플러의 운영계획은 매년 88~89승씩 하다가 가끔씩 피타고라스 승률이 터질때 우승을 노린다는 전략이었는데, 에인절스는 에플러 부임 이후 81승을 한적도 없다. 매년 언급했던 투수진을 고친적은 단 한번도 없으며, 구구절절 말하던 스탯캐스트와 일치하는 사례는 단 한번도 만들지 않았다. 단장에게도 공약이행률을 매겨보자면 에플러의 이행률은 역대 MLB 단장들 중 최하위에 위치해있을 것이다.

 

어쩌면 억울할수도 있다. 에플러의 부임 이후 알버트 푸홀스는 '돈값 못하는 타자'에서 '엔트리도 아까운 일반인'으로 전락해버렸고, 에인절스는 모레노 구단주의 압박이 심한 팀이다. 에플러 역시 투수진 보강을 위해 잭 휠러와 게릿콜에게 접근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스포츠는 결과론.. 콜과 휠러를 놓친 뒤 류현진-범가너-카이클 트리오중 아무도 안산건 분명 잘한 일이겠지만, 그냥 투수를 사지 않은것 역시 칭찬받을 처지는 못된다. 물론 사기는 샀는데.. 그 인간이라는게 하비,린스컴,테헤란... 구단의 문제라기엔 이들은 결국 다른 팀으로 이적해서도 끝내 재기하지 못했다. 에인절스 팬으로서는 배아플 일이 하나 줄은 것이겠지만 에플러가 정말 재기불능의 투수를 영입했다는 사실은 더 확실해졌다.

 

 

 

 

그리고 에플러는 과거의 인물이 되었다. 이제는 미나시안의 팀이다.

 

미나시안 역시 에플러가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 있고, 여기까지는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세이버메트릭스 추구? 팀의 약점인 투수진 보강?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이제 행동이 중요하다. 에플러는 이 과정에서 망해서 팀에서 떠나게 되었다. 미나시안도 이제 단장직을 맡은지 1년이 되간다. 이제 슬슬 공약을 이행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의 모습은 납득이 간다 정도?

 

시즌전에는 마무리투수였던 라이젤 이글레시아스를 제외하면 알렉스 클라우디오,스티브 시섹처럼 구속이 낮은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이후 시즌중에는 헌터 스트릭랜드,호세 마르테,엘비스 페게로등등 공이 빠른 불펜투수들을 영입했다. 

 

그동안 썩어빠졌던 마이너리그 시스템 역시 정비를 약속했다. 구두약속이 끝이라 문제긴 한데 이게 어딘가. 드래프트에서는 위험군이었던 쿠마 로커 대신 또다른 대학 투수였던 샘 배크먼을 지명했고, 그 결과는 쿠마로커를 거른거 자체만 보면 성공이었다. 결국 로커는 메츠와 계약에 실패했고, 이번시즌 이후 퀄리파잉오퍼를 받은 선수들을 영입할 가능성이 큰 에인절스가 로커를 지명했다 실패했다면 지명권에 대해서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

 

미나시안은 에플러처럼 에인절스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트라웃과 렌던(그리고 잡을수만 있다면 오타니)의 전성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는 것. 구속 빠르고 향후 5년정도 쓸수 있는 불펜 투수들을 모았으며, 드래프트역시 콜업이 빠를 가능성이 큰 선수들, 특히 투수들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건 마지막 방점, 즉 FA가 아닐지..

 

드래프트로 선수 쑥쑥 나오면 정말 좋겠지만 에인절스는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짜릿함 역시 FA가 더 크지 않는가. 팬들은 몇년째 투수FA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미나시안은 에플러가 끝내 사오지 못한 투수FA 영입을 성공시킬수 있을까?

 

그동안 에인절스는 다양한 곳에서 단장을 선임했고, 모두들 '신임 단장'이라는 공통점(자신의 명을 쉽게 받기 위한 모레노의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가 성장한 환경은 달랐다. 리긴스는 에인절스에서 내부승진을 한 인사이며, 제리 디포토는 애리조나 시절 임시단장까지 겸임하면서 젊은 프런트로 각광받았고, 에플러는 캐시먼 밑에서 그에게 일을 배웠다. 그리고 미나시안은 토론토와 애틀랜타를 거치며 준수한 유망주풀을 개척해내는데 성공했다.

 

미나시안은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쓴맛만 본 리긴스,디포토,에플러의 사례를 기억해야 할것이고, 이미 알고 있을것이다. 에인절스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30구단중 가장 강력한 구단주의 압박이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미나시안은 그것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그나저나 월드시리즈도 끝나고, KBO도 정규시즌 끝나고, 일단 우리팀 경기는 없고.. 같은 이야기만 계속 쓰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다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되면 안되는데, 투수FA에 대한 갈증은 해결될일이 없고.. 누군가가 와야 해결될 문제일듯 하다.